요즘들어 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기대한다는 기사가 종종 보인다. 과연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가는 인과관계가 있을까? 거래량이 증가하면 매매가도 오를까?
우선 언급해야 할 점은 부동산 시장은 워낙 많은 변수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거래량’ 딱 하나만 꼽아서 가격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금리, 주식시장, 정부정책, 개발호재, 교통 인프라, 심리 등 정량적/정성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그래도, 가볍게 통계자료만 놓고 비교해봤다. 지역은 서울로 한정했고, 기간은 실거래 신고를 의무화하기 시작한 2006년 1월부터 가장 최근인 2023년 3월까지.
실거래 데이터 출처는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이고,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다. 가격지수는 KB통계에서 다운받았다.
서울, 매매, 2006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월 평균 거래량 5,981건 / 매매가격 월 평균 0.4% 상승
우선, 매매 거래량이 최저인 때는 2022년 10월로 단 558건만 거래되었다. 반면 최고는 2006년 10월로 19,833건이 거래되었다. 2006.01~2023.03 기간동안 월평균 거래량은 5,981건이다.
매매가격은 2023년 1월에 2.1%가 떨어져서 최저를 기록했고, 2006년 11월에 6.2%가 올라서 최고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인지라, 한달에 약 6%가 올랐다고 생각하면 가격 상승이 엄청났던 것이다. 그리고 2006년 1월부터 지금까지 월 평균 0.4%가 상승했다.
그래프 모양으로만 보면, 거래량과 가격은 대체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거래량이 증가할 때 가격도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거래량도 감소한다. 즉,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가격이 올라서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할 수 없고, 반대로 거래량이 늘어서 매매가가 상승했다고 할 수도 없다.
매매 거래량과 가격,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는 글쎄?
보이지 않는 손이 너무나도 많은 이 시장에 대해 궁금해져서 관련 논문을 조금 더 찾아보았다. 각 논문별로 분석 방법과 요소가 다르지만, 대체로 하는 말은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가격이 거래량을 선행한다”, “물가, 대출시장, 채권시장, 주식시장, 공급물량 등에 영향을 받는다” 등이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든 생각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규명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큰 흐름으로 본다면 매매가와 거래량 간에 (+)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 하지만 기사에서 호들갑 떠는 것처럼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이 반등에 대한 신호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거래량만으로 시장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무자비하게 시장을 때려대고 규제하던 정책들이 하나씩 하나씩 완화되고 있다.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시장에 온기가 조금은 도는 것 같은데, 하루빨리 다시 ‘정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열이 아닌 정상화. 적당한 거래와 적당한 상승말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지만..
번외로, 전세도 거래량과 가격을 비교해보았다. 전세는 2011년 1월부터 데이터가 있다.
서울, 전세, 2011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월 평균 거래량 10,116건 / 전세가격 월 평균 0.4% 상승
전세 거래량이 최저치를 기록한 때는 2015년 9월로, 6,428건이 거래되었고, 최고는 2020년 2월로 14,186건이다. 그리고 2011.01~2023.03 동안 월평균 거래량은 10,116건이다.
한편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때는 2023년 1월로 -4%, 가장 많이 상승한 때는 2009년 9월로 2.8%이다. 평균적으로는 2011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매월 0.4% 올랐다.
매매 거래량은 월마다 편차가 매우 컸는데, 이와 달리 전세 거래량은 상대적으로 꾸준한 편이다. 또한, 오르락 내리락이 나름 일정한 모양새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계절성을 띄는 것 같다.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이사해야 한다든가 등의 이유로.
가격 역시, 전세가 매매가보다 편차가 작은 편이다. 아무래도 전세는 실수요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고, 매매는 실수요+투자수요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단순히 거래량을 놓고 향후 시장이 상승할지 혹은 하락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장의 큰 흐름을 본다는 측면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지표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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